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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터뷰

‘건강’은 진료실에, 밥상에, 일상의 권리에 있어요-여성의학과 최예훈 선생님

By 2020-12-117월 11th, 2022No Comments

12월 둘째 주 목요일의 평일진료는 여성의학과와 대체의학과, 원예치유입니다.🙌🙌

연말을 맞아 나는봄은 이용만족도 설문조사를 진행했어요.(12월 10일 마감되었답니다! 참여해주신 여러분들 감사드려요😍) 또 연말의 분위기를 이용자분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 벽에 전구가 반짝반짝하는 트리 장식도 달아놓았고요. 배정호 선생님은 어김없이 달짝지근한 불고기 냄새를 보미밥상에 가득 채우고 계셨어요.

 

아마도 2020년의 마지막 봄터뷰! 이번 순서는 나는봄의 여성의학과를 담당하시는 최예훈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어요. 나는봄의 여성의학과 최예훈 선생님은 나는봄 말고도 성과 재생산 권리를 위해 다양한 기관에서 활동을 하고 있어요.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에 따른 정부 개정안에 대응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계시기도 한데요. 항상 다정하게, 또 유쾌하게 이용자를 맞아주시는 최예훈 선생님 덕분에 매주 여성의학과 진료는 순항 중이랍니다🙂

나는봄과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해요.

2017년 당시 녹색병원에 계셨던 윤정원 선생님께서 ‘여성 청소년을 위한 건강 진료를 하는 곳’이라며 나는봄을 소개해주셨어요. 여성의학과 의료진을 애타게 찾고 있다고 해서 나는봄에서 진료를 시작하게 되었죠.

본격적인 진료 전, 옷걸이에 걸려있는 여성의학과 최예훈 선생님의 가운을 살짝 촬영해보았어요. 여성의학과가 어떤 진료과목인지 궁금하시다면 아래 인터뷰를 쭉 읽어주세요!😆

최예훈 선생님이 생각하기에 나는봄의 가장 특별한 점은 무엇인가요? ‘일반적인 의료시설과는 다르다는 점을 많이들 말씀하시는 부분이라서요.

다른 기관과 달리 식당을 지키는 분(배정호 선생님)이 있다는 점을 꼽고 싶은데요. 개인차는 있지만 이용자들 대부분 집에서 밥을 챙기는 경우가 드물고 편의점에서 한 끼를 때우거나 하잖아요. 나는봄에서는 진료실에서 다 못 나눈 이야기를 식당에서 하기도 하고요. 보미밥상을 통해서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누구와 지내는지, 요즘 고민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용자가 건강할 수 있는 조건에 대해 계속 생각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또 다른 의료진을 만나는 계기가 되도록 해줘요. 의료진들이 단순히 서로 사이좋게 지낸다는 의미가 아니라 사례회의와 협진을 하기 쉬워진다는 것이죠. 이건 결과적으로 이용자 진료에도 도움이 돼요.

 

현재 나는봄의 진료과목 가운데 여성의학과 촉탁의로 계셔요. 구체적으로 어떤 진료를 보는지 소개해주세요.

흔히 산부인과라고 하죠. 혈액검사를 한다거나 초음파 검사를 하거나 성매개 감염 검사와 진료를 하거나… 나는봄에서의 여성의학과 진료가 다른 여성의학과 진료와 비교해서 형식은 다르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재로서는 산부인과의 대안적인 용어로서 여성의학과라고 하고는 있지만, 실제 이용자는 여성으로만 한정되지 않아요. 여성의 생식기를 가지고 있지만 본인이 여성임을 불편해할 수도 있고, 법적으로 지정된 성별과 달리 성별정체성이 여성일 수 있죠. 성별정체성, 성적 지향에 있어 열려있는 진료를 지향하고 있어요.

여성의학과 진료실로 들어가는 복도에는 다양한 나이와 인종, 몸을 가진 여성들이 그려진 액자가 있답니다. 어떻게 생겼건, 어떤 나이와 몸을 가졌건 그 자체로 멋지다는 메시지가 이용자 분들께 잘 전달되고 있을까요?👍

여성의학과는 성관계 경험이 있는 사람, 결혼한 사람이 가는 곳이라는 편견 때문에 십대 여성이 선뜻 방문하기에는 심리적인 장벽이 높은 것이 현실인데요. 청소년들의 진료를 보시면서 특별히 어렵거나 고민스러웠던 것이 있으셨나요?

십대여성의 성적 실천과 성 건강에 관한 사회적인 편견 때문에, 청소년 스스로가 자신의 경험이나 건강상태를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어요. 간혹 진료실에서 제게 하는 말과, 관계가 쌓인 나는봄 선생님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다를 때도 있어요. 그만큼 의사가 대하기 낯설고 어렵다는 뜻이에요. 성관계 경험 유무를 물어보면 비난받을까봐, 염려되어서 사실대로 이야기해주지 않는 경우가 대표적이에요.

그래서 진료실에 들어가기 전에 진료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긴장을 풀기도 해요.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처치와 진료들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어떻게 더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어떻게 설명에 더 집중하게 할 수 있을까도 늘 고민이예요. 설명이 길어지거나 어려우면 귀에 잘 안 들어오니까요. 앞으로도 계속 훈련이 필요한 것 같아요.

최예훈 선생님의 진료실 책상 주변에는 성 건강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여러 생식기 모형과 포스터가 놓여있어요.

마지막으로 십대여성의 건강 돌봄에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진료하면서 느끼는 건데 여성의학과는 어쩌면 부차적인 진료일 수 있어요. 생리(월경)가 없거나 불규칙한 경우로 여성의학과를 찾곤 하는데요, 약으로는 근본적인 개선이 어려울 때가 많아요. 무엇을 먹고 언제 자는지, 어떤 주거환경에서 살고 있는지, 같이 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방치당하거나 폭력을 당하지는 않는지와 같은 것을 함께 보아야하기 때문이에요.

성매개 감염의 경우에도 약 처방과 함께 콘돔 착용의 중요성을 안내해요. 그런데 콘돔을 못 썼다면 못 쓴 이유가 있을 거잖아요. 만나는 사람들이 성건강에 대한 인식이 없고 성차별적인 사람이라면 먼저 콘돔 사용을 주장하기 어려울 테니까요. 그래서 예방적 차원의 교육이 어떻게 되어야 할까 고민이 돼요.

결국 청소년의 권리가 인정되어야 하는 일인 것 같아요. 청소년이 뭘 하든 부모 동의를 받아야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집과 학교를 벗어나면 안 되고 안정적으로 안전하게 노동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는 포괄적인 건강 케어가 불가능해요. 좀 더 실질적인 건강 돌봄을 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해야 할까, 생각이 많아지네요.

 

최예훈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건강 돌봄에 대한 이야기가 꼭 진료실에서 있을 필요는 없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니, 오히려 건강 돌봄과 시시콜콜한 우리 개개인의 일상은 연결되어 있지요. 청소년의 포괄적인 건강 돌봄을 위해 나는봄이 실천해야 할 부분을 더 많이 고민하게 되었어요.

다시 수백 명 수준의 확진자가 나오고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요. 코로나 시기 나는봄의 진료가 어떻게 계속 이용자분들을 찾아갈 수 있을지 열심히 고민해야겠어요.

 

마스크😷 꼼꼼하게 챙기시고요.

코로나19에 추위에 녹록치 않은 일상이지만

나는봄의 대기실에서, 식당에서, 진료실에서 두런두런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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