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나는봄). 선생님께서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에서 심리지원 전문의로써 하셨던 일이 궁금해요.
A(웅샘).자해나 자살과 같은 무서운 단어가 안타깝게도 멀리서 일어나는 남의 일만은 아니기 때문에
교육부에서 뜻이 있는 선생님들과 함께 관련된 분들께 적절한 도움을 주기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습니다.
저에게도 기회가 주어져 안타까운 사연으로 인하여 계속해서 힘들어 하고 있는
당사자나 주변 분들의 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나는봄). 가정폭력전문 상담원 양성교육 시 했던 교육내용에 대해 알고 싶어요
A(웅샘).당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양한 주제의 강의를 했었는데요.
제가 맡았던 내용은 중독의 심리와 인격장애였습니다.
중독문제가 있는 가정에서 폭력이 더 빈번하기 마련이고,
폭력과 연관된 인격장애는 어떤 부분인지 전달드렸었답니다.
당시 다소 생소한 개념이었음에도 강의를 들으시는 분들께서
자신과 연관된 인격(성격) 장애는 무언지 궁금해하고
더 알아보려 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음의 불편에도 귀 기울이려는 청소년들의 모습
Q(나는봄). 최근 나는봄을 찾는 이용자 중 정신의학과 진료를 원하는 여성청소년이 늘고 있는데요.
과거에는 기관을 연계해 타기관의 담당자가 지원연계를 했다면, 요새는 본인이 직접 문의를 하거나,
친구, 지인 소개로 오는 이용자들이 점점 늘고 있어요.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요?
A(웅샘). MBTI를 빼고 누군가를 설명하는 것이 어색할 정도로
모두 자신이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궁금해하는 요즘인 것 같아요.
몸이 불편하면 거기에 맞는 병원을 찾는 것처럼
마음의 불편에도 귀 기울이려는 모습들이 아닐까요?
치료자로서는 그저 반갑고 다행스러운 변화임에 틀림이 없지만,
한편으로는 다들 너무 똑똑하셔서 실망시켜드리면 어쩌나 걱정도 되고,
각자가 원하는 답을 함께 찾아내서 도움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Q(나는봄). 위의 질문과 연결되는 질문인데요.
직접문의를 해온 상당수의 이용자가 시설이 아닌 가족과 생활하고 있어요.
증상의 호전을 위해선 환경적인 부분도 같이 지원이 되어야 하는데
가족이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학교 밖을 선택 할 수 밖에 없는 가정환경이 많은 것이죠.
이런 경우 가족치료의 권유나 연결도 고민을 하시는지 궁금해요.
A(웅샘). 가족의 힘은 너무너무 대단하고 그래서 더 안타까운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가능하다면 치료적인 연계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지만, 시도 자체가 불가능한 사례들이 많습니다.
아마 그 점에 대해서는 ‘나는봄’ 관계자분들께서 저보다 더 잘 알고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도 중요하겠지만, 부족하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낫기 때문에
전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고민하고 권하는 편입니다.
다시 만나는 기회는 첫치료가 마지막 치료라는 마음으로
Q(나는봄).정신의학과를 이용하는 여성청소년 중에는 약과 상담을 병행해야하거나
증상이 복합적이고 장기간 관리되어야하는 이용자가 많았어요.
진료의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있을까요?
실무자나 의료인으로써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A(웅샘). 동문서답 같지만, 저의 경우 어쩌면 오늘의 만남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면담에 임합니다.
실제로도 관계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던 첫 치료가 마지막 치료였던 사례가 많았구요.
그럴 경우 오늘 못한 걸 다음에 이어서 할 수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적당히 대충 대할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내담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많은 전, 잘 들어주어야 하는 치료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 많고 면담을 빨리 끝내지도 못합니다. 그리고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져 또 만나게 되는 경우,
그 반가움은 온전히 제 몫이다 보니 매우 많이 기뻐하고 감사하는 편입니다.
치료자의 역할은 청소년의 인생가운데 안정적인 어른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
Q(나는봄).풀배터리검사를 진행했던 모든 이용자에게서 경계성 인격 장애가 공통적으로 나오고 있어요.
일반화 할 수도 없고 사춘기 여성청소년 감정기복처럼 지나가는 경우도 많지만
저희 기관을 찾는 상당수의 이용자가 이 증상으로 인해 어려움을 갖는 것 또한 맞는데요.
병증에 대한 정보나 대처방법을 실무자가 알아두면 나는봄을 찾는 이용자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A(웅샘).“경계성인격장애는 대단히 무서운 것도 엄청나게 특별한 것도 아닙니다.”
힘든 상황을 경험한 친구들에게서 자주 관찰되기는 하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주변에서 얼마든지 흔하게 만날 수 있답니다.
특히 인생 가운데 안정적인 어른을 경험하지 못한 청소년이라면 더 염려되는데요.
인격장애는 평생에 걸쳐서 나타나기 마련이고,
성격처럼 개개인의 특성이다 보니 쉽게 고쳐지거나 달라지지 않습니다.
한 가지 다행인 건 그 강도가 나이가 들면서 점차 약해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특히 더 강력한 양상을 보이는 10대와 20대 시기를 잘 넘기는 것이 중요하기 마련이구요.
치료자로서 도울 수 있는 부분으로는 그들이 아직 경험하지 못한
안정적인 어른의 역할을 해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방법은 치료자마다 조금씩 다를 텐데요.저의 경우
세 가지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저희 모두 계속 지치지 않고 지금의 자리를 잘 지킬 수 있기를 바라고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