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센터가 설립되고 3년의 시간이 지난 뒤 나는봄을 알리고 홍보하는데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전국 어디에도 나는봄의 설립 목적과 유사한 기관이 없어 벤치마킹도 어려웠고
여성 청소년이 이용하기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싶었는데 직접적으로 드러낸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 같았습니다.
고민 끝에 캐릭터를 만들어 나는봄을 알리기로 했고, 다양한 사업홍보와 콘텐츠에서 나는봄의 얼굴로 지금까지 활약해 주고 있습니다.
7년 전 보미를 처음 탄생시킨 ‘삐딱’ 대표 박혜진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삐딱’ 대표 박혜진입니다.^^
저는 꽤 오랜 기간 프리랜서 디자이너 겸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고,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실습서도 여러 권 출간했습니다.
10여 년 전부터는 한국의 여러 그림 작가님들과 협업 해 귀엽고, 심플하고, 유용한 굿즈 브랜드 ‘앤캐비넷’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주 가끔씩 기업의 디자인 의뢰 작업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곧 유치원에 가는 아이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Q. 작가님의 ‘삐딱’이라는 필명이 너무 재밌기도 하고 나는봄을 이용하는 ‘별난 소녀들’ 그리고 보미 캐릭터하고도 너무 잘 어울려요.
필명을 삐딱으로 지으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A. 삐딱은 회사 이름이고, 실제 필명은 품위는 좀 떨어지지만 웃긴 이름 ‘삐딱대가리’입니다.회사 이름에 ‘대가리’라는 단어를 넣긴 좀 그래서
‘삐딱’으로 결정했지만 블로그에선 여전히 삐딱대가리로 활동하고 있어요.
대학생 때 별생각 없이 장난으로 지은 닉네임이었는데 그 이름으로 책이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굳혀졌죠.
전혀 고급스럽지 않은 이름이라 다시 지어야 하나 고민했던 적도 있지만 거듭 사용되면서 ‘항상 다르게 바라보고 풀어보자‘라는 의미도 갖게 되고,
기억하기 쉬운 귀여운 이름이라고 좋아해 주시는 분도 많아서 이젠 스스로도 좋아하는 이름이 되었어요.
3. 처음 보미 캐릭터를 의뢰받으셨을 때 어떤 부분을 중점으로 구상하셨나요?
원래는 좀 더 깜찍한 만화 주인공처럼 성숙한 언니 같은 캐릭터를 구상했었어요. 아주 단순화된 그림이나, 사람이 아닌 동물 캐릭터도 좋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캐릭터는 워낙 함축적인 이미지 작업이기 때문에 많은 의견 나눔과 조율, 수정이 필요해요.
몇 번의 회의를 거쳐 갈색 피부와 늑대 귀, 다소 건방져 보이지만 당당한 표정 등 나는봄이 지향하는 이미지의 형태가 구체화되었고,
이후 다듬는 과정을 거쳐 지금의 보미가 탄생했습니다.
보미는 자기감정에 솔직하고, 표정과 표현도 다양하고, 늘 당당하고,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소녀에요.
제가 대리만족을 느끼듯, 여러분들도 보미의 긍정 파워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4. 작가님과 함께 나는봄의 보미 캐릭터를 만든 지 7년이 지났어요.
그동안 나는봄의 사업 곳곳에서 보미가 힘을 발휘해 주었는데요. 어떤 작업이 가장 기억에 남으시나요?
벌써 7년이나 되었다는 게 사실 믿기지가 않아요. 체감상으론 한 2~3년 된 것 같은데 벌써 7년 맞나요??
“그동안 해볼 수 있는 건 다해본 것 같아요.”라는 보미 담당자 선생님 말씀대로 보미 캐릭터로 다양한 디자인 작업, 굿즈 작업 등등 별거 별거 다 해본 것 같아요.
제품 자체로서 가장 애정이 가는 건 아무래도 앤캐비넷의 디자인 특허 제품인 거울과 책갈피를 보미 디자인으로 제작했던 것이고요,
심적으로 가장 뿌듯했던 건 여성청소년 분들께 직접 제공되는 ‘사춘기 건강키트’였어요.
갖가지 성건강제품들은 기본이고,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육공 다이어리와 귀여운 파우치, 보미 표정을 큼직하게 넣은 팥 찜질팩,
다꾸 스티커 등등 정말로 여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들을 신나게 구성했었거든요.
특히 팥 찜질팩은 재봉틀로 패브릭 소품을 만드는 아기 엄마이신 작가님이 직접 하나하나 다 자르고, 재봉하고, 직접 팥을 넣고, 포장을 해서 보내주셨어요.
나는봄 선생님들의 결단과 저의 디자인과 제작자분들의 노고가 한데 모여 근사한 선물세트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사춘기 건강키트는 스스로의 성건강을 챙길 줄 아는 멋진 소녀들이 신청하면 무료로 받아보실 수 있으니 꼭 신청해 주세요.
예쁜 것들이 가득 들어있어요.^^
5. 나는봄을 통해 보미와 작업하시면서 새롭게 알게 된 점이나 작가님에게 변화가 생긴 부분이 있을까요?
십대 여학생들의 건강을 위한 기관이 있다는 사실은 ‘나는봄’을 만나 처음 알게 되었어요.
첫 미팅 때 단독주택 형태인 센터 내에 심리 상담이나 진료, 식사가 가능한 공간들을 보고 홍대 한가운데 이런 곳이 있구나 하고 감동도 했답니다.
하지만 그만큼 십대 여학생들이 위험에 많이 노출되어 있고 안전한 공간이 없다는 뜻이기도 해서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이후론 위기에 처한 요즘 여학생의 고민과 실질적으로 필요한 도움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 것 같아요.
나는봄의 보미를 통해 간접적이나마 꾸준히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보미는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A. 사물로 비유하자면 접어 올려둔 종이학이 정신 차리고 보니 7년째 잘 날아다니고 있는 걸 본 느낌이랄까요.
동물로 비유하자면 고양이를 잠시 임보했다가 입양 보냈는데 알고 봤더니 늠름한 늑대로 잘 크고 있는 걸 본 느낌?
일반적으로는 기관이나 기업을 대표하는 캐릭터를 개발해도 5년 이상 잘 쓰이기는 정말 쉽지 않아요.
여러 가지 이유로 변경되거나 사라지는 일이 많거든요. 오래 살아남아 쓰이며 이름이 불리고 기억되는 캐릭터는 정말 극소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7년이 넘게 다방면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보미를 보면 정말 “내가 별로 해준 것도 없는데…”라는 대사가 절로 나와요.
당당한 늑대 소녀 보미를 잘 보살펴주시고, 많은 곳에 쓰일 수 있게 잘 키워주신 나는봄 선생님들 정말 존경합니다.
저는 정말 그린 것 말고는 한 게 없어요. 그저 대견할 뿐이에요. ^^
Q. 나는봄에도 그림을 좋아하는 이용자들이 많아요. 이용자들의 그림을 대기실에 전시하기도 하는데요.
작가님도 청소년기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셨나요? 청소년기 그리고 지금 작가님에게 그림은 어떤 의미인지 묻고 싶습니다.
A.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거나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많이 좋아했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만화책에 빠져 밤새도록 만화책을 보고 만화 그림을 따라 그리기도 했고,
고등학생 땐 밤에 만화 일러스트를 그리느라 잠이 부족하니 학교에선 꾸벅꾸벅 졸아서 선생님께 많이 혼나기도 했어요.
당시엔 이런저런 스트레스와 불안이 굉장히 컸었는데 만화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릴 때 만큼은 다른 고민들을 다 잊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림은 어떤 상황에서도 내 곁에 있어주는 유일한 친구, 먹고살게 해주는 동업자, 노후를 함께 할 평생의 동반자인 것 같습니다.
8. 십대여성청소년에게 하고 싶은 말!
100살을 밤 12시로 생각한다면 여러분은 아직 새벽 3~4시. 푹 자며 꿈꾸기에도 부족한 너무 너무 이른 시간이랍니다.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고, 나만 이런 것 같아 속상하고, 많은 것을 아는 척 해왔지만 사실은 잘 몰라서 두렵고, 들킬까 봐 불안할 때도 있고 그렇지요?
그 불안한 감정들은 사실 주변 모든 친구들과 어른들도 똑같답니다.
그러니 어떤 것이든 ‘나만’그런 것은 없으니 너무 외로워 마세요.
물론 “계속 이렇게 힘들다고?라며 절망할 필요도 없어요.
꾸준히 나를 소중히 하고 성장시키다 보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져서 현명하게 해결해나갈 수 있거든요.
춥고 힘든 겨울 같겠지만, 곧 봄이 오고 꽃이 피어요.
물론 빛을 주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는 건 “나 자신”이에요.
정말로 나를 더 좋은 방향으로 만들고 싶다면 도와줄 준비가 되어있는 전문가 선생님들께 조언을 구하고 자신을 제대로 보살펴보길 바라요.
혼자 하는 게 버겁다면 보미가 도와줄 거예요. 보미에게 카톡 하세요.